지네
우리집에는 지네가 많다
지네 그것도 바짝 말라 비틀어진
산속에서 만나는 지네와는 다르게
살이 통통쪄서 날렵하지도 못하는
거대한 지네
얼마나 혐오스러운지 지느러미를 낼름거리며
100개의 다리로서
지독한 발걸음을 움직인다.
심지어 그 야생의 느낌도 잊어버려서
그 지나가는 소리가 사방에 울러퍼지고
그 야생의 감각도 잊어버려서
그 죽어가는 냄새가 감각을 마비시킨다.
사자와 같이 삼키며 물을자를 찾는 마귀와 같이
그는 물을 것을 찾는다.
끊임없이 알을 까댄다.
노련함을 잃어버려 무엇을 먹어 치우는지,
그에게 어떠한 측은함도 느낄 수 없다.
죽어. 그는 죽어야한다.
그를 보는 순간 그는 죽어야만하는 존재
그는 질식시켜도 죽지 아니한다.
마음으로 찔러도 보았고, 손가락으로 밀어내보았다.
파리채로 사정없이 내려찍어 일시에 마비를 시켜야지.
그리고 그의 내장을 가위로 오려내어
악취가 가득한 자식들과 함께
마지막 남은 생명줄을 불태워버리고 싶다.
그는 죽어가며 터져버린 살들을 보며 흐느낄 것이다.
아 뜨겁도다! 그곳엔 구더기고 죽지 않고
불도 꺼지지 아니하니라
사람마다 소금치듯함을 받으리라
그에게 지옥의 형벌을 구현하고 말리라
그에게 영겁의 형벌을 선포하고 말리라
불에타는 모습도 혐오스럽구나
노란 연기를 품으며 떨어져가는 100개의 다리
꿈뜰거리는 비린내나는 몸뚱아리
지지지 타내려가는 없던 눈
지느러미는 끝까지 살아남았던지
마지막까지 내 손가락을 노리는구나
그가 거대한 움직임을 멈춘다.
마침내 질긴 생명이 사라진다.
마지막까지 지독한 냄새가 나는구나
새찬 바람이 그의 흔적을 실어간다
나는 묵혀둔 눈물을 내리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