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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게도
죽어야
살아난다

예수께서 날 위해 생명 버리셨으니
나도 주와 같이 죽기 원합니다.

자신 없지만

형편 없지만
나의 죽음으로 누군가 살 수 있다면
당신의 생명 갈망케 된다면

 

마디마다 기름진

빈속의

모가지라도

 

받으심에 감사하며

기꺼이 내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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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봉선

물가에 가면 만날 수 있나
찾아가 보았더니
말려진 단지에 숨었나보다

 

반그늘가에 만날 수 있나

건드려 보았더니
깜짝 놀라 튀어나가 버린다  

물.봉.선. 너는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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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의 진을 쳐라

진보에 대한 확신은 없다. 그러나 종말에 대한 확신은 있다.

배수의 진을 쳐라

암울하고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때때로 기쁨이 있음은 안다.

배수의 진을 쳐라

네가 치지 않아도, 결국 세상이 진을 치게 만들어낼 것이다.

배수의 진을 쳐라

실패는 너의 실패가 아니라, 사실 별게 아닐 수도 있다.

배수의 진을 쳐라

다른 길이 있는가? 청년이여 때를 아끼라.!

 

그러니까 너를 위해

배수의 진을 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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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그녀의 눈을 보며

나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던 이유는

나는 다시 그녀를 만나 묻고 싶다

 

나는 그래도 가야만 했다

 

끝없이 펼쳐졌던 그 머뭇거림 앞에

나는 침묵을 지킬 수 밖에 없었다

 

긴 기다림의 침묵 속에서

나는 건강하라는 의미없는 말들을

지껄였던 것은 아닐까

 

내가 쏟아놓은 더러운 허영들은

그녀를 그분으로 만들어

다시 장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나는 분별력을 잃어버리고 

다시 머리속이 복잡해지고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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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영적 전투

내놓은 마음을 가다듬으려고해도

어쩌면 이미 시작되어버린

나도 모르게 뛰어든 전쟁

 

삶은 영적 전투

감독도 없이 코치도 없이

무작정 뛰어야 하는

잔인한

영광이 있는 스타디움

 

그 스타디움에 앉아

나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고

그곳에서 땀흘리는 땅바닥에선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나는,,, 우리는

전투 중에 시를 쓰던 게바라처럼

시를 쓰며 노래하자

시를 쓰며 이 사랑을

시를 쓰며 이 순간을

이 기쁨을

 

삶은 영적 전투

아직도 나는 계속하는

우리의 영광이 있는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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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이 지난 다음에도 나는 줄곧 나는 연습을 하곤 했다

난다는 것

12살 정도였을까 

이 세상에 내가 있어야 할 장소는 하늘 속이지 않을까 했었다

그때부터 나는 나는 연습을 하곤 했었다. 

 

연습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준비물은 의자 하나와 도화지 두개 테이프 하나다

 

팔에 도화지를 붙인다 테이프로 잘 고정되게 해놓는다 

그리고 의자 위로 올라가서 팔을 힘차게 흔든다 

나의 몸이 뜬다 내가 하늘로 올라간다 나는 날 수 있다

눈을 감고 생각한다 팔을 조금만 더 힘차게 흔들면 나는 날 수 있을거야 

의자를 내팽겨치고 하늘에 뛰어본다 팔을 더 새차게 흔든다

 

공중에서의 시간을 세어본다

이번에는 좀 더 오래 있었던 것 같아 

아까보다는 한번 정도 더 날개짓을 했던 것 같아

시간이 계속 흐르면 더 오래 날 수 있을 거다

 

아무도 참새의 날개에 주목하지 않는다 참새가 날개를 퍼덕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이 팔을 흔들어야 했을까

작은 참새는 그렇게 날개를 퍼덕이다 보니 지금은 순식간에 저 멀리 날아가버린다

 

뚱뚱한 오리는 다르다 오리는 배가 크고 먹을 것들을 많이 먹어서인지 뱃살이 많다 오리는 본래 날 수 있었다

어쩌면 지금도 날 수 있다 오리의 날개는 크다 오리의 날개는 자기 몸을 다 덮고서도 남는다. 

오리의 날개는 튼튼하다 단단한 뼈가 있고 잘 정돈된 흰 깃털들이 있다  

오리는 예전엔 바람을 타고 날았다. 크고 잘생긴 날개를 펴고 몇번을 퍼덕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몸이 뒤척여진다 

오리는 바람을 타고 날았다 몸이 떠오르다가 날개짓에 앞으로 나간다 어쩔 땐 뒤로도 갈 수 있다 

오리는 저 멀리 나라와 나라를 이동했고 대륙에서 대륙으로 이동했다 

멋진 비행사 날렵한 비행사 아무도 작은 참새의 날개는 몰라지만 오리의 날개는 모두가 알았고 부러워했다

 

오리가 날지 못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오리는 너무 많이 먹게 되었다. 오리는 자기가 가진 크고 튼튼한 날개 덕분에 많은 인기가 생겼다

사람들은 오리를 집으로 데려왔다 자기 집에 살기를 바랬다 오리의 멋진 부리가 좋았다. 오리의 튼튼한 날개가 탐이 났다

오리는 이제 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오리 중에서도 날아다니길 좋아하는 녀석들이 있었다. 같은 오리이긴 하지만 이상하고 작은 녀석들이었다 

녀석들은 초록빛 머리칼을 가졌다 그래서 자꾸 눈에 띄었다. 큰 오리들은 이 작고 이상한 오리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작은 오리들은 날아다녀야할 이유가 있었다. 

작은 참새 때문이었다. 작은 오리들은 참새에게 줄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 작은 참새들에게 배운 교훈이 있었다. 

참새는 작지만 빠르다. 빠르게 움직여서 빠른 것들을 잡아먹는다

메뚜기 풍뎅이 벌 잠자리 같은 빠르게 움직이는 것들을 잡아먹는다 

오리들은 이런 것들을 먹지 않는다 오리들은 더 큰 것들을 잡아먹는다 

개구리 달팽이 지네 같은것들 

하지만 작고 이상한 오리들은 참새들이 먹는 것들을 먹어보았다 맞다 그 먹는 것들에 맛이 들린 것이다

사람들은 사료를 주었다 하지만 작은 오리들은 예전에 먹어보았던 빨리 움직이는 것들을 먹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작은 오리가 되기로 결심했다. 나도 풍뎅이, 벌, 메뚜기를 잡아먹고 빠른 날개를 가질거다

엄마 오리에게서 나는 법을 배울 것이다

엄마 오리는 내가 날아다니길 가르친다 엄마 오리는 지푸라기를 물어다주기도 하고 

빨리 날 수 있도록 잠자리를 잡아다준다 

 

잠자리의 날개는 아주 앏지만 아주 빠르다 게다가 4개나 있다 

잠자리는 너무 빨라서 잡기가 무척 어렵다 하지만 빠른 오리라면 잠자리를 잡을 수 있다 

잠자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미리 알고 부리를 빨리 들이대는 것이다 

 

아직 내 날개는 모두 다 자라나지 못했다 

아직은 보잘것 없는 삐죽 튀어나온 도무지 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날개 

 

사실은 등 뒤의 날개가 돋아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어느날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등뒤를 닦고 있는데 문득 만져지는 등뒤의 몽오리가 느껴졌다

처음엔 마치 큰 여드름이 난 것처럼 이상한 몽우리였다

등 뒤에 있는 것이라 만지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것을 짜보려고 손으로 만지작 거렸다

역시 잘 만져지지도 않고 짜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나는 무척이나 신경이 쓰여 이번에는 거울로 가서 등 뒤를 보면서 한손으로 큼직하게 나 있는 몽우리를 만져본다

그런데 색갈이 다르다 여드름이 나는 살색에 빨간 빛이 아니고 

빨간 빛이 더 크고 그 안에 무언가 흰색의 느낌이 든다. 

뭘까 뭐가 이렇게 나는 걸까 

피지낭이다 지방종이다 나는 확신이 들었다

 

피부에는 손으로 짤 수 있는 여드름이 있고 짤 수 없는 여드름이 있었다. 그런데 이건 손으로는 짤 수 없는 여드름이다

칼로 피부를 자르고 그 속에 있는 피하 지방을 빼내야 한다. 그게 이 날개뼈 사이에 났구나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재미있기도 했다

왜냐하면 나는 항상 내가 의사같은게 되어서 몸을 치료하거나 빼내거나 하고 싶었다 

내 몸이니까 내가 칼로 하든 말든 누구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조금만 조심하면 된다 

인터넷으로 매스를 주문한다 소독된 매스 10개 만원 

가장 싼 걸로다가 주문한다. 택배비가 붙지 않으려면 1만원 이상을 주문해야 한다.

지난번에 먹고 싶었던 과자를 함께 사기로 한다. 아니 과자보다는 다른 걸 찾아본다

 

 

 

등뒤 날개뼈 사이로 매스를 댄다 매스는 생각보다 날카로웠다. 하지만 피부에는 잘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다 한번 더 힘을 준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칼날이 등뒤로 들어간다 

아프다, 피가 난다 아프다 괜히 했따는 생각 

그런데 아무것도 등뒤에선 나오지 않았다 

계속 거울을 보며서 등뒤를 만져야 하니까 더 힘들다 아무것도 ㅇ나오지 않느 것이 괜히 한 것이 틀림없다

매스를 내리고 손으로 짜본다 없다 안나온다 몽우리가 나오지 않는다

 

사진을 찍어보기로 한다 .내 등뒤를 찍는 건 무척 어렵다 

하지만 어떻게든 사진을 찍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등뒤 날개뼈 사이로 작은 뼈 하나가 자라나는 것이다

매우 고통스럽지만 날개뼈 사이의 두꺼운 살을 뚫고 자라나는 

하나의 뼈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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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욕을 따라 살기 쉽다 매우 쉽다

사욕을 따르다보면 할말이 없어진다

염치가 없는 것

그렇다고 공욕을 따른다고

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제는 실패한 삶이었나

실패한 건 없고 모든게 다 실패고

다시 모든게 다 성공이지

뭐라 말할 수는 없다 하루하루 살아가고 늙어가는것

사욕을 따라 살기 쉽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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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는 길

 

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2》

가막 덤불

 

김소월

 

산에 가시나무

가막덤불은

덤뿔 덤불 산마루로

벋어 올랐소

 

산에는 가려 해도

가지 못하고

바로 말로

집도 있는 내 몸이라오

 

길에는 혼잣몸의

홑옷 자락은

하룻밤 눈물에는

젖기도 했소

 

산에는 가시나무

가막덤불은

덤불덤불 산마루로

벋어 올랐소.

 

《3》

가을 저녁에

 

김소월

 

물은 희고 길구나, 하늘보다도.

구름은 붉구나, 해보다도

서럽다, 높아 가는 긴 들 끝에

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

 

그늘 깊어 오르는 발 앞으로

끝없이 나아 가는 길은 앞으로.

키 높은 나무 아래로, 물마을은

성깃한 가지가지 새로 떠오른다.

 

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도 없건마는!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나는 오히려 못물가를 싸고 떠돈다.

그 못물로 놀이 잦을 때.

 

《4》

개여울

 

김소월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 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해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5》

고적한 날

 

김소월

 

당신님의 편지를

받은 그 날로

서러운 풍설이 돌았습니다

물에 던져달라고 하신 그 뜻은

언제나 꿈꾸며 생각하라는

그 말씀인 줄 압니다

흘려 쓰신 글씨나마

언문 글자로

눈물이라고 적어 보내셨지요.

물에 던져달라고 하신 그 뜻은

뜨거운 눈물 방울방울 흘리며,

마음 곱게 읽어달라는 말씀이지요.

 

《6》

금잔디

 

김소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深深) 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님 무덤 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 산천에도 금잔디에

 

《7》

 

김소월

 

어제도 하루 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

차 가고 배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8》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김소월

 

'가고 오지 못한다' 하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萬壽山)을 올라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무심타'고 하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

제석산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님의

무덤엣 풀이라도 태웠으면!

 

《9》

님에게

 

김소월

 

한때는 많은 날을 당신 생각에

밤까지 새운 일도 없지 않지만

아직도 때마다는 당신 생각에

축업은 베갯가의 꿈은 있지만

낯모를 딴 세상의 네길거리에

애달피 날 저무는 갓 스물이요

캄캄한 어두운 밤들에 헤메도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당신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비 오는 모래밭에 오는 눈물의

축업은 베갯가의 꿈은 있지만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10》

님의 노래

 

김소월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긴 날을 문 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해 지고 저물도록 귀에 들려요

고이도 흔들리는 노래 가락에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

그러나 자다 깨면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 없이 잃어버려요.

들으면 듣는 대로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 없이 잊고 말아요

 

《11》

동경하는 여인

 

김소월

 

너의 붉고 부드러운

그 입술에 보다

너의 아름답고 깨끗한

그 혼에다

나는 뜨거운 키스를......

내 생명의 굳센 운율은

너의 조그마한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인다.

 

《12》

등불과 마주 앉았으려면

 

김소월

 

적적히

다만 밝은 등불과 마주앉았으려면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울고만 싶습니다,

왜 그런지야 알 사람이 없겠습니다마는,

어두운 밤에 홀로이 누웠으려면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울고만 싶습니다.

왜 그런지야 알 사람도 없겠습니다마는,

탓을 하자면 무엇이라 말할 수는 있겠습니까마는.

 

《13》

먼 후일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의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14》

못잊어

 

김소월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오.

그런 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료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오

그런 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15》

바람과 봄

 

김소월

 

봄에 부는 바람 바람 부는 봄

작은 가지 흔들리는 부는 봄바람

내 가슴 흔들리는 바람 부는 봄

봄이라 바람이라 이 내 몸에는

꽃이라 술盞이라 하며 우노라.

 

《16》

부모 어머니

 

김소월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보랴?

 

《17》

 

김소월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 산골

영 넘어 갈려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은

칠팔십 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 오 년 정분을 못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 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18》

山有花 (산유화)

 

김소월

 

산에는 꽃이 피네 꽃이 피네

갈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누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갈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19》

엄마야 누나야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20》

엄숙

 

김소월

 

나는 혼자 뫼 위에 올랐어라.

솟아 퍼지는 아침 햇빛에

풀잎도 번쩍이며

바람은 속삭여라.

그러나

아아 내 몸의 상처받은 맘이여.

맘은 오히려 저리고 아픔에 고요히 떨려라.

또 다시금 나는 이 한때에

사람에게 있는 엄숙을

모두 느끼면서

 

《21》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

 

김소월

 

봄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밟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22》

왕십리

 

김소월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랴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이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상 마루에 걸려서 운다.

 

《23》

자나깨나 앉으나 서나

 

김소월

 

자나깨나 앉으나 서나

그림자 같은 벗 하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쓸데없는 괴로움으로만 보내었겠습니까!

 

오늘은 또다시 당신의 가슴속, 속모를 곳을

울면서 나는 휘저어 버리고 떠납니다 그려.

 

 

허수한 맘, 둘 곳 없는 심사에 쓰라린 가슴은

그것이 사랑, 사랑이던 줄이 아니도 잊힙니다

 

《24》

접동새

 

김소월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나라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 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25》

진달래 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 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26》

招魂

 

김소월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는 그 사람이여!

사랑하는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27》

팔베개 노래

 

김소월

 

첫날에 길동무

만나기 쉬운가

가다가 만나서

길동무되지요.

 

날 긇다 말아라

가장님만 님이랴

오다가다 만나도

정붙이면 님이지.

 

화문석(花紋席) 돗자리

놋촉대 그늘엔

칠십년 고락을

다짐 둔 팔베개.

 

드나는 곁방의

미닫이 소리라

우리는 하룻밤

빌어 얻은 팔베개.

 

조선의 강산아

네가 그리 좁더냐

삼천리서도(西道)를

끝까지 왔노라.

 

삼천리 서도를

내가 여기 왜 왔나

남포(南浦)의 사공님

날 실어다 주었소.

 

집 뒷산 솔밭에

버섯 따던 동무야

어느 뉘집 가문에

시집 가서 사느냐.

 

영남의 진주(晋州)는

자라난 내 고향

부모 없는

고향이라우.

 

오늘은 하룻밤

단잠의 팔베개

내일은 상사(相思)의

거문고 베개라.

 

첫닭아 꼬끼요

목놓지 말아라

품속에 있던 님

길채비 차릴라.

 

두루두루 살펴도

금강 단발령 (金剛 斷髮嶺)

고갯길도 없는 몸

나는 어찌 하라우.

 

영남의 진주는

자라난 내 고향

돌아갈 고향은

우리 님의 팔베개.

 

《28》

풀 따기

 

김소월

 

우리집 뒷산에는 풀이 푸르고

숲 사이의 시냇물, 모래바닥은

파아란 풀 그림자, 떠서 흘러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우리 님 생각.

날마다 뒷산에 홀로 앉아서

날마다 풀울 따서 물에 던져요.

 

흘러가는 시내의 물에 흘러서

내어 던진 풀잎은 옅게 떠갈 제

물살이 해적해적 품을 헤쳐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가엾는 이내 속을 둘 곳 없어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지고

흘러가는 잎이나 맘해 보아요.

 

《29》

하다 못해 죽어 달려가 올라

 

김소월

 

 

아주 나는 바랄 것 더 없노라

빛이랴 허공이랴,

소리만 남은 내 노래를

바람에나 띄워서 보낼밖에.

하다 못해 죽어 달려가 올라

좀더 높은 데서나 보았으면!

 

한세상 다 살아도

살은 뒤 없을 것을,

내가 다 아노라 지금까지

살아서 이만큼 자랐으니.

예전에 지나 본 모든 일을

살았다고 이를 수 있을진댄!

 

물가의 닳아져 널린 굴꺼풀에

붉은 가시덤불 뻗어 늙고

어득어득 저문 날을

비바람에 울지는 돌무더기

하다 못해 죽어 달려가 올라

밤의 고요한 때라도 지켰으면

 

《30》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김소월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저뭅니다.

 

해가 산마루에 올라와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밝은 아침이라고 할 것입니다.

 

땅이 꺼져도 하늘이 무너져도

내게 두고는 끝까지 모두다 당신 때문에 있습니다.

 

다시는, 나의 이러한 맘뿐은, 때가 되면,

그림자 같이 당신한테로 가오리다.

 

오오, 나의 애인이었던 당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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