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이 뭐냐
아브라함 하나님이 지시한다 그럴따 생긴다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 하나님이 주시는 것
마음인가? 기도하면서 듣는 것인가? 분노인가? 뭘까요
만나면 무조건 주는 것 무슨 마음이지?
여러가지 방법 우리 은사 경험 고민 등등 모든 것들을 아우러서 하는 것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주시는 것
주시라고 규해야 한다 구해야 한다 더 이정호ㅓㄱ허게 달라고
여리고에서 보듯이 있듯이
자기가 뭘 할것인지를 분명히 아는 사람만큼 멋있는 사람이 므없다 자기 지전이 머ㅝㄴ지 뭐를 가지는 지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가지지 않으냔 없다
전체 글
비전
병자
백석 시 모음
바다
바닷가에 왔드니
바다와 같이 당신이 생각만 나는구려
바다와 같이 당신을 사랑하고만 싶구려
구붓하고 모래톱을 오르면
당신이 앞선 것만 같구려
당신이 뒤선 것만 같구려
그리고 지중지중 물가를 거닐면
당신이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구려
당신이 이야기를 끊은 것만 같구려
바닷가는
개지꽃에 개지 아니 나오고
고기비눌에 하이얀 햇볕만 쇠리쇠리하야
어쩐지 쓸쓸만 하구려 섧기만 하구려
구붓하고: 몸이 구부정한
모래톱: 넓은 모래 벌판, 모래사장
지중지중: 아주 천천히 걸으면서 생각에 잠기는 모습, 의태어
개지꽃: 나팔꽃
쇠리쇠리하야: 눈이 부셔, 눈이 시려
내가 생각하는 것은
밖은 봄철날 따디기의 누굿하니 푹석한 밤이다
거리에는 사람두 많이 나서 흥성흥성 할 것이다
어쩐지 이 사람들과 친하니 싸다니고 싶은 밤이다
그렇건만 나는 하이얀 자리 위에서 마른 팔뚝의
샛파란 핏대를 바라보며 나는 가난한 아버지를 가진 것과
내가 오래 그려오든 처녀가 시집을 간 것과
그렇게도 살틀하든 동무가 나를 버린 일을 생각한다
또 내가 아는 그 몸이 성하고 돈도 있는 사람들이
즐거이 술을 먹으려 다닐 것과
내 손에는 신간서 하나도 없는 것과
그리고 '아서라 세상사'라도 들을
유성기도 없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내 눈가를 내 가슴가를 뜨겁게 하
는 것도 생각한다
따디기: 한낮의 뜨거운 햇빛 아래 흙이 풀려 푸석푸석한 저녁 무렵
누굿하니: 여유있는
살틀하든: 너무나 다정스러우며 허물없이 위해주고 보살펴 주던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 날씨
가 너무나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
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은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지
못한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
이렇게 젊은 나이로 코밑수엽도 길러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느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지진
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자꾸 들려오는 탓이다
잠풍: 잔잔하게 부는 바람
달재: 달째, 달강어, 쑥지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
진장: 진간장, 오래 묵어서 진하게 된 간장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헛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없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위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고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
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
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
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
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단이며, 가라앉을 것
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
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
이었다.
삿: 갈대를 엮어서 만든 자리
쥔을 붙이었다: 주인집에 세 들었다
딜옹배기: 아주 작은 자배기
붇덕불: 짚북더기를 태운 불
굴기도 하면서: 구르기도 하면서
나줏손: 저녁 무렵
바우섶: 바위 옆
갈매나부: 키가 2m쯤 자라는 낙엽 활엽 교목
흰 바람벽이 있어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샷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
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
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 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느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긋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서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바람벽: 집안의 안벽
때글은: 오래도록 땀과 때에 전
쉬이고: 잠시 머무르게 하고, 쉬게 하고
앞대: 평안도를 벗어난 남쪽지방. 멀리 해변가
개포: 강이나 내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
이즈막하야: 시간이 그리 많이 흐르지 않은, 이슥한 시간이 되어서
여승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 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 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가지취: 참취나물
금덤판: 금을 캐거나 파는 산골의 장소로 간이 식료품 등 잡품을 파는 곳
섶벌: 울타리 옆에 놓아 치는 꿀벌, 재래종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탸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마가리: 오막살이
고조곤히: 고요히, 소리없이
통영2
구마산의 선창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올라서 오는 물길이 반날
갓 나는 고당은 갓갓기도 하다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 안 간 대구를 말리는 곳
황화장사 영감이 일본말을 잘도 하는 곳
처녀들은 모두 어장주(漁場主)한테 시집을 가고 싶어한다는 곳
산 너머로 가는 길 돌각담에 갸웃하는 처녀는 금이라는 이 같고
내가 들은 마산 객주 집의 어린 딸은 난이라는 이 같고
난이라는 이는 명정골에 산다든데
명정골은 산을 넘어 동백나무 푸르른 감로같은
물이 솟는 명정샘이 있는 마을인데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긷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붉게 동백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
긴 토시 끼고 큰머리 얹고 오불고불 넘엣거리로 가는 여인은
평안도서 오신 듯한데 동백꽃 피는 철이 그 언제요
옛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어서 나는
이 저녁 울 듯 울 듯 한산도 바다에 뱃사공이 되어가며
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고당: 고장
갓갓기도: 가깝기도
아개미: 아가미
호루기: 쭈꾸미와 비슷하게 생긴 해산물
황화장사: 온갖 잡살뱅이 물건을 지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파는 사람
오구작작: 여러 사람이 뒤섞여 떠드는 수선스런 모양
여우난골족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로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 고무, 고무의 딸 이녀, 작은 이녀
열여섯에 사십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 고무, 고무의 딸 승녀, 아들 승동이
육십리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 옷이 정하든, 말 끝에 설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
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 아들 홍동이, 작은 홍동이
배나무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 섬
에 반디젓 담그러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삼춘 엄매, 사춘 누이, 사춘 동생들
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 옷의 내음
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뽁운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오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
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 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 깨돌
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 등에 심지를
몇 번이나 돋우고 홍게닭이 몇 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
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츰 시누이 동세들이 육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 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국수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 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구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홍성홍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양지귀 혹은 능달쪽 외따른 산옆 은댕이 예데가리밭에서
하룻밤 뽀오햔 흰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득한 옛날 한가하고 즐겁든 세월로부터
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여름볕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으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물둔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어느 하로밤
아배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배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사발에 그득히 사리워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여났다는 먼 옛적 큰마니가
또 그 집등색이에 서서 재채기를 하면 산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옛적 큰 아바지가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심심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익은 동치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굳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멕이고: 활발히 움직이고
김치가재미: 김치독 묻어두는 곳
은댕이: 언저리
예대가리밭: 산의 맨 꼭대기에 있는 오래된 비탈밭
산멍에: 산몽아, 전설상의 커다란 뱀, 이무기
분틀: 국수를 짜는 분틀
들쿠레한: 좀 달고 구수하고 시원한
사리워: 담겨져서
집등색이: 짚등석, 짚이나 칡덩굴로 짜서 만든 자리
댕추가루: 고춧가루
탄수: 식초
아르굳: 아랫목
고담하고: 속되지 않고 아취가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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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시 모음
기형도 시 모음 21편
☆★☆★☆★☆★☆★☆★☆★☆★☆★☆★☆★☆★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기형도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이제 해가 지고 길 위의 기억은 흐려졌으니
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
물들은 소리없이 흐르다 굳고
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왔다
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
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 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
나리 나리 개나리
기형도
누이여
또다시 은비늘 더미를 일으켜 세우며
시간이 빠르게 이동하였다
어느 날의 잔잔한 어둠이
이파리 하나 피우지 못한 너의 생애를
소리없이 꺾어 갔던 그 투명한
기억을 향하여 봄이 왔다.
살아 있는 나는 세월을 모른다.
네가 가져간 시간과 버리고 간 시간
시간들의 얽힌 영토 속에서
한 뼘의 폭궁도 없이 나는 고요했다.
다만 햇덩이 이글거리는 벌판을
맨발로 산보할 때
어김없이 시간은 솟구치며 떨어져
이슬 턴 풀잎새로 엉겅퀴 바늘을
살라주었다.
봄은 살아 있지 않은 것은 묻지 않는다.
떠다니는 내 기억의 얼음장마다
부르지 않아도 뜨거운 안개가 쌓일 뿐이다
잠글 수 없는 것이 어디 시간뿐이랴
아아, 하나의 작은 죽음이 얼마나 큰 죽음들을 거느리는가
나리나리 개나리
네가 두드릴 곳 하나 없는 거리
봄은 또다시 접혔던 꽃술을 펴고
찬물로 눈을 헹구며 유령처럼 나는 꽃을 꺾는다.
☆★☆★☆★☆★☆★☆★☆★☆★☆★☆★☆★☆★
노 을
기형도
하루 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
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
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西行(서행)하며
이미 어둠이 깔리는 燒却場(소각장)으로 몰려들어
몇 점 폐휴지로 타들어가는 午後 6시의 참혹한 刑量(형량)
단 한 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時間(시간)
바람은 긴 채찍을 휘둘러
살아서 빛나는 온갖 象徵(상징)을 몰아내고 있다.
都市(도시)는 곧 活字(활자)들이 일제히 빠져 달아나
速度(속도) 없이 페이지를 펄럭이는 텅 빈 한 권 冊(책)이 되리라.
勝負(승부)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
그러나 우리의 일생을 텅텅 흔드는 것.
午後(오후) 6時(시)의 소각장 위로 말없이
검은 연기가 우산처럼 펼쳐지고
이젠 우리들의 차례였다.
두렵지 않은가.
밤이면 그림자를 빼앗겨 누구나 아득한 혼자였다.
문득 거리를 빠르게 스쳐가는 日常(일상)의 恐怖(공포)
보여다오.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살아 있는 그대여
오후 6시
우리들 이마에도 아, 붉은 노을이 떴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로 가지?
아직도 펄펄 살아 있는 우리는 이제 각자 어디로 가지?
☆★☆★☆★☆★☆★☆★☆★☆★☆★☆★☆★☆★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숲으로 된 성벽
기형도
저녁 노을이 지면
神들의 商店엔 하나둘 불이 켜지고
농부들은 작은 당나귀들과 함께
城 안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성벽은 울창한 숲으로 된 것이어서
누구나 寺院을 통과하는 구름 혹은
조용한 공기들이 되지 않으면
한걸음도 들어갈 수 없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그 城
어느 골동품 商人이 그 숲을 찾아와
몇 개 큰 나무들을 잘라내고 들어갔다
그곳에는........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본 것은
쓰러진 나무들뿐, 잠시 후
그는 그 공터를 떠났다
농부들은 아직도 그 평화로운 城에 살고 있다
물론 그 작은 당나귀들 역시
☆★☆★☆★☆★☆★☆★☆★☆★☆★☆★☆★☆★
장미빛 인생
기형도
문을 열고 사내가 들어온다
모자를 벗자 그의 남루한 외투처럼
희끗희끗한 반백의 머리카락이 드러난다
삐걱이는 나무의자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밀어넣고
그는 건강하고 탐욕스러운 두 손으로
우스꽝스럽게도 작은 컵을 움켜쥔다
단 한번이라도 저 커다란 손으로 그는
그럴듯한 상대의 목덜미를 쥐어본 적이 있었을까
사내는 말이 없다, 그는 함부로 자신의 시선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한 곳을 향해 그 어떤 체험들을 착취하고 있다
숱한 사건들의 매듭을 풀기 위해, 얼마나 가혹한 많은 방문객들을
저 시선은 노려보았을까, 여러 차례 거듭되는
의혹과 유혹을 맛본 자들의 그것처럼
그 어떤 육체의 무질서도 단호히 거부하는 어깨
어찌 보면 그 어떤 질투심에 스스로 감격하는 듯한 입술
분명 우두머리를 꿈꾸었을, 머리카락에 가리워진 귀
그러나 누가 감히 저 사내의 책임을 뒤집어쓰랴
사내는 여전히 말이 없다, 비로소 생각났다는 듯이
그는 두툼한 외투 속에서 무엇인가 끄집어낸다
고독의 완강한 저항을 뿌리치며, 어떤 대결도 각오하겠다는 듯이
사내는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얼굴 위를 걸어다니는 저 표정
삐걱이는 나무의자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밀어넣고
사내는 그것으로 탁자 위를 퍼내기 시작한다
건장한 덩치를 굽힌 채, 느릿느릿
그러나 허겁지겁, 스스로의 명령에 힘을 넣어가며
나는 인생을 증오한다
☆★☆★☆★☆★☆★☆★☆★☆★☆★☆★☆★☆★
가는 비 온다
김형도
간판들이 조금씩 젖는다
나는 어디론가 가기 위해 걷고 있는 것이 아니다
둥글고 넓은 가로수 잎들은 떨어지고
이런 날 동네에서는 한 소년이 죽기도 한다.
저 식물들에게 내가 그러나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
언젠가 이곳에 인질극이 있었다
범인은 '휴일'이라는 노래를 틀고 큰 소리로 따라부르며
자신의 목을 긴 유리조각으로 그었다
지금은 한 여자가 그 집에 산다
그 여자는 대단히 고집 센 거위를 기른다
가는비......는 사람들의 바지를 조금 적실 뿐이다
그렇다면 죽은 사람의 음성은 이제 누구의 것일까
이 상점은 어쩌다 간판을 바꾸었을까
도무지 쓸데없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고
우산을 쓴 친구들은 나에게 지적한다
이 거리 끝에는 커다란 전당포가 있다, 주인의 얼굴은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시간을 빌리러 뒤뚱뒤뚱 그곳에 간다
이를테면 빗방울과 장난을 치는 저 거위는
식탁에 오를 나날 따위엔 관심이 없다
나는 안다, 가는 비......는 사람을 선택하지 않으며
누구도 죽음에게 쉽사리 자수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랴, 하나뿐인 입들을 막아버리는
가는 비......오는 날, 사람들은 모두 젖은 길을 걸어야 한다
☆★☆★☆★☆★☆★☆★☆★☆★☆★☆★☆★☆★
가을에
기형도
잎 진 빈 가지에
이제는 무엇이 매달려 있나.
밤이면 유령처럼
벌레 소리여.
네가 내 슬픔을 대신 울어줄까.
내 음성을 만들어줄까.
잠들지 못해 여윈 이 가슴엔
밤새 네 울음 소리에 할퀴운 자국.
홀로 된 아픔을 아는가.
우수수 떨어지는 노을에도 소스라쳐
멍든 가슴에서 주르르르
네 소리.
잎 진 빈 가지에
내가 매달려 울어볼까.
찬바람에 떨어지고
땅에 부딪혀 부서질지라도
내가 죽으면
내 이름을 위하여 빈 가지가 흔들리면
네 울음에 섞이어 긴 밤을 잠들 수 있을까.
☆★☆★☆★☆★☆★☆★☆★☆★☆★☆★☆★☆★
기억할 만한 지나침
김형도
그리고 나는 우연히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눈은 퍼부었고 거리는 캄캄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건물들은 눈을 뒤집어쓰고
희고 거대한 서류뭉치로 변해갔다
무슨 관공서였는데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유리창 너머 한 사내가 보였다
그 춥고 큰방에서 書記는 혼자 울고 있었다!
눈은 퍼부었고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침묵을 달아나지 못하게 하느라 나는 거의 고통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중지시킬 수 없었다
나는 그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창 밖에서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우연히 지금 그를 떠올리게 되었다
밤은 깊고 텅 빈 사무실 창 밖으로 눈이 퍼붓는다
나는 그 사내를 어리석은 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病
기형도
내 얼굴이 한 폭 낯선 풍경화로 보이기
시작한 이후, 나는 主語를 잃고 헤매이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가 되었다.
가끔씩 숨이 턱턱 막히는 어둠에 체해
반토막 영혼을 뒤틀어 눈을 뜨면
잔인하게 죽어간 붉은 세월이 곱게 접혀 있는
단단한 몸통 위에,
사람아, 사람아 단풍든다.
아아, 노랗게 단풍든다.
☆★☆★☆★☆★☆★☆★☆★☆★☆★☆★☆★☆★
껍질
기형도
空中을 솟구친 길은
그늘을 끼고 돌아왔고
아무것 알지 못하는 그는
한줌 가슴을 버리고
떠났다.
車窓 안쪽에 비쳐오는
낯선 거리엔
大理石보다 차가운
내 幻影이 떠오른다.
아무것 알려 하지 않는 그는
미련 없이 머리를 깎았다.
그는 나보다 앞선 歲月을 살았고
나와 同甲이었다.
감싸안은 두 발이
천장을 디디고 휘청거리는데
단단히 굳어버린 鋪道엔 바람이 일고
이 밤은 여느 때 마냥 춥다
☆★☆★☆★☆★☆★☆★☆★☆★☆★☆★☆★☆★
꽃
김형도
내
靈魂이 타오르는 날이면
가슴앓는 그대 庭園에서
그대의
온 밤내 뜨겁게 토해내는 피가 되어
꽃으로 설 것이다.
그대라면
내 허리를 잘리어도 좋으리.
짙은 입김으로
그대 가슴을 깁고
바람 부는 곳으로 머리를 두면
선 채로 잠이 들어도 좋을 것이다.
☆★☆★☆★☆★☆★☆★☆★☆★☆★☆★☆★☆★
노인들
기형도
감당하기 벅찬 나날들은 이미 다 지나갔다
그 긴 겨울을 견뎌낸 나뭇가지들은
봄빛이 닿는 곳마다 기다렸다는 듯 목을 분지르며 떨어진다
그럴 때마다 내 나이와는 거리가 먼 슬픔들을 나는 느낀다
그리고 그 슬픔들은 내 몫이 아니어서 고통스럽다
그러나 부러지지 않고 죽어 있는 날렵한 가지들은 추악하다
☆★☆★☆★☆★☆★☆★☆★☆★☆★☆★☆★☆★
달밤
기형도
누나는 조그맣게 울었다.
그리고, 꽃씨를 뿌리면서 시집갔다.
봄이 가고.
우리는, 새벽마다 아스팔트 위에 도우도우새들이 쭈그려앉아
채송화를 싹뚝싹뚝 뜯어먹는 것을 보고 울었다.
맨홀 뚜껑은 항상 열려 있었지만
새들은 엇갈려 짚는 다리를
한 번도 빠뜨리지 않았다.
여름이 가고.
바람은, 먼 南國(남국)나라까지 차가운 머리카락을 갈기갈기풀어 날렸다.
이쁜 달[月]이 노랗게 곪은 저녁,
리어카를 끌고 新作路를 걸어오시던 어머니의 그림자는
달빛을 받아 긴 띠를 발목에 매고, 그날 밤 내내
몹시 허리를 앓았다.
☆★☆★☆★☆★☆★☆★☆★☆★☆★☆★☆★☆★
물 속의 사막
김형도
밤 세시, 길 밖으로 모두 흘러간다 나는 금지된다
장마비 빈 빌딩에 퍼붓는다
물위를 읽을 수 없는 문장들이 지나가고
나는 더 이상 인기척을 내지 않는다
유리창, 푸른 옥수숫잎 흘러내린다
무정한 옥수수나무..... 나는 천천히 발음해본다
석탄가루를 뒤집어쓴 흰 개는
그해 장마통에 집을 버렸다
비닐집, 비에 잠겼던 흙탕마다
잎들은 각오한 듯 무성했지만
의심이 많은 자의 침묵은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한다
밤 도시의 환한 빌딩은 차디차다
장마비 아버지 얼굴 떠내려오신다
유리창에 잠시 붙어 입을 벌린다
나는 헛것을 살았다, 살아서 헛것이었다
우수수 아버지 지워진다
빗줄기와 몸을 바꾼다
아버지 비에 묻는다 내 단단한 각오들은 어디로 갔을까?
번들거리는 검은 유리창, 와이셔츠 흰빛은 터진다
미친 듯이 소리친다
빌딩 속은 악몽조차 젖지 못한다
물들은 집을 버렸다
내 눈 속에는 물들이 살지 않는다
☆★☆★☆★☆★☆★☆★☆★☆★☆★☆★☆★☆★
바람의 집
김형도
내 유년 시절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이면
어머니는 내 머리를 당신 무릎에 뉘고 무딘 칼 끝으로
시퍼런 무를 깎아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소리, 어머니조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
자정 지나 앞마당에 은빛 금속처럼 서리가 깔릴 때까지
어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장 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내렸다. 처마 밑 시래기 한줌 부스러짐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던 바람의 한숨, 사위어가는 호롱불 주위로
방안 가득 풀풀 수십 장 입김이 날리던 밤,
그 작은 소년과 어머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
봄날은 간다
기형도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熱風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
2시반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대낮
신작로 위에는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
빈 들판에 꽂혀 있는 저 희미한 연기들은
어느 쓸쓸한 풀잎의 자손들일까
밤마다 숱한 나무젓가락들은 두 쪽으로 갈라지고
사내들은 화투패마냥 모여들어 또 그렇게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간다
여자가 속옷을 헹구는 시냇가엔
하룻밤새 없어져버린 풀꽃들
다시 흘러들어온 것들의 人事
흐린 알전구 아래 엉망으로 취한 군인은
몇 해 전 누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는
자신의 생을 계산하지 못한다.
몇 번인가 아이를 지울 때 그랬듯이
습관적으로 주르르 눈물을 흘릴 뿐
끌어안은 무릎 사이에서
추억은 내용물 없이 떠오르고
小邑은 무서우리만치 고요하다, 누구일까
세숫대야 속에 삶은 달걀처럼 잠긴 얼굴은
봄날이 가면 그뿐
宿醉는 몇 장 紙錢 속에서 구겨지는데
몇 개의 언덕을 넘어야 저 흙먼지들은
굳은 땅 속으로 하나둘 섞여들는지
☆★☆★☆★☆★☆★☆★☆★☆★☆★☆★☆★☆★
아이야 어디서 너는
김형도
아이야, 어디서 너는 온몸 가득 비[雨]를 적시고
왔느냐. 네 알몸 위로 수천의 江물이 흐른다. 찬
가슴팍 위로 저 世上을 向한 江이 흐른다.
갈밭을 헤치고 왔니. 네 머리카락에 걸린 하얀 갈꽃이
누운 채로 젖어 있다. 그 갈꽃 무너지는 西山을 아비는
네 몸만큼의 짠 빗물을 뿌리며 넘어갔더란다. 아이야
아비의 그 구름을 먹고 왔느냐.
호롱을 켜려무나. 뿌옇게 몰려오는 소나기를 가득 담고
어둠 속을 흐르는, 네 눈을 켜려무나. 하늘에 실노을이
西行하고 어른거리는 불빛은 꽃을 쫓는다.
닦아도닦아도 흐르는 꽃술[花酒] 같은 네 江물.
갈꽃은 붉게붉게 익어가는데, 아이야 네 눈 가득
아비가 젖어 있구나.
☆★☆★☆★☆★☆★☆★☆★☆★☆★☆★☆★☆★
쥐불놀이
기형도
어른이 돌려도 됩니까?
돌려도 됩니까 어른이?
사랑을 목발질하며
나는 살아왔구나
대보름의 달이여
올해는 정말 멋진 연애를 해야겠습니다
모두가 불 속에 숨어 있는걸요?
돌리세요,나뭇가지
사이에 숨은 꿩을 위해
돌리세요,술래
는 잠을 자고 있어요
헛간 마른 짚 속에서
대보름의 달이여
온 동네를 뒤지고도 또
어디까지?
아저씨는 불이 무섭지 않으셔요?
☆★☆★☆★☆★☆★☆★☆★☆★☆★☆★☆★☆★
질투는 나의 힘
김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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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y gledhil
밝은 음악을 찾아 듣곤해요 일부러 밝아지고 가벼워지고 싶어서요
https://www.youtube.com/watch?v=6qr0GNruqak
노트n
신론 170420
하나님의 속성 attributes, 성실, 성품, 完城완성, 덕들 virtue (남자다움 – 좋은 표현은 아니나 사람다움에서 온말)
1. 이것을 파악하는 잘못된 방식들
하나님은 이러하시다는 예상 (주로 중세의 스토아 철학자들)
1) via negationis 부정의 생각 – 우리가 이 세상에 대해서 알고 있는 바를 부정해서 하나님을 발견하겠다는 생각
사람은 유한하다. finite
왜냐하면 사람은 언제가 죽기 때문에. mortal
사람은 몸을 가졌기에 mense
corpse
이를 부정하면
하나님은 infinite, immortal, immense, incorpse
2) via eminentiae 우월 혹운 우수의 방도
사람은 아는 것 science(scientia) 지금은 과학이라고 한다. 능력을 가진다(potence) 실제한다 (presence). 선의가 있다(benevolence)
이것을 하나님의 우월함에 적용해서
하나님은 ommi-science(전지), omni-potence(전능), omni-presence(전제 혹은 무소부재), omni-benevolence(전선)
3) via causalitatis 인과율의 방도 – 세상의 모든 것은 원인이 있다. 하지만 원인에 대한 무한한 역 추론은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면 마지막에 가서는 unmoved mover (자신이 시작이 되어서 다른 것들을 움직이게 한 것. 부동의 동작)
이 방법을 처음 발명한 사람이 아리스토텔레스. 그러나 그의 스승인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와는 다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하나님은 한분뿐임을 생각해내다. 그런데 그 하나님께 기도하고 경배하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그렇게 생각해내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방법과는 다르다. [파스칼은 철학자들의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이삭의 야곱의 하나님이 아니다] 유신론의 하나님 theism – 철학자들이 정리한 하나님. 아리스토텔레스의 머리 안에만 있는 하나님이다. 하나님의 속성은 앉아서 생각한다고 알아지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속성은 이런 방식으로 알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발견한 알아낸 하나님의 속성을 정리하는 것에 이러한 중세의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유익하다.
하나님을 알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님을 경험해보면 안다. 그런데 그 경험, 체험만 가지고 하나님을 말하게 되면 사람마다 가지각색의 하나님이 되어버린다. 이 체험이 전체는 아니다. 하나님 외에는 전체를 포괄할 것이 없다.
[모든 것들은 다 정치적인 것이다. 그러나 정치가 모든 것은 아니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의 역사 가운데 계신다. 1 acts of God 행하심 2 words of God 말씀
이 두 가지를 하나님의 계시라고 한다. 하나님의 어떠하심을 하나님의 행동과 말씀을 통해서 아는 것이다. 이는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하나님의 계시가 성경보다 먼저 있었으나 현재 계시가 이미 성경으로 완성되었다. 물론 지금도 하나님의 행동과 말씀은 전파되어진다. 그런데 이것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면 성경에도 일치하는 행동과 말씀이어야 한다. 구속사적 역사 가운데 있는 것이다.
성경에 있는 하나님의 어떠하심을 배우고 우리의 삶 속에서 하나님에 대해 확증 받는 것. 우리의 경험과 성경이 다르다면 경험을 버려야 하는 것.
계시의존사색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이전에 설명하신바 그런 것들을 살펴서 알게되는 것.
왜 하나님의 말씀을 공부하는가..는 다음주에..
2. 하나님의 속성을 어떻게 분류할 수 있는가 더 좋은 방법
1) communicative attributes 공유적 incommunicative attributes 비공유적 으로 나뉜다.
하지만 이런 나눔은 상대적인 나눔이다. 하나님은 질적으로 다르시다. 공유적속성도 결국은 비공유적이다.
(1) 비공유적 속성
A. 하나님은 aseity (자존성) - 출애굽기 3장 14절. 나는 스스로 있는 자이다.
모세가 하나님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이름은 하나님의 인격, 속성, 존재자체 등을 의미한다. 고대 사회에서는 신의 이름을 알면 그 신의 이름을 가지고 축복과 저주를 할 수 있다. 그 이름을 가지고 조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예흐에 아세르 예흐에
3가지 번역
1) I am that I am = 나는 나다, 알려고 하지 말라
2) I am = 나는 존재하는 자이다 70인경
3) I will be what I will be = 나는 나일 것이다. 내가 어떤 존재인지 궁금하다면 같이 가보자. 이 구원의 여행에 동참해보라. 그러면 나를 알게 될 것이다.
세 가지 번역 중 더 좋은 것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
신학을 하다보면 성경을 근거로 함을 발견하게 되는데 성경의 구체적 기록은 없으나 전체적 사상을 통해서 증명되는 것들이 있다.
causa sui (스스로 존재하심),
독립성(우리에게 의존하지 않으신다, 반면 피조물은 하나님께 의존한다, 그런데 우리를 통해서 역사하신다)
9W1
에니어그램에서는 성격은 기본적으로 인간 성격의 근간을 장(본능) 중심, 가슴(감정) 중심, 머리(사고) 중심으로 크게 3가지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J님은 장(본능)의 에너지를 많이 쓰는 것으로 나왔어요.
장형은 기본적으로 '영역'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분노'하기 때문에 공격적인 사람들로 보이고, 환경에 저항하고 통제당하는 걸 싫어합니다.
'현재중심적'이기 다른 중심들보다 행동력이 강합니다.
중심아래에는 3가지 유형으로 나뉘며, J님은 9유형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떤 유형이 좋고 어떤 유형이 나쁜게 없습니다. 에니어그램에서는 자기의 힘과 유형을 자각하는게 중요합니다^^)
9유형은 '평화주의자', '중재자'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조화와 평화를 바라는 유형으로 포용하고 믿을 줄 알고 안정적입니다.
대체적으로 창의적이고 낙관적이며 남들을 잘 지지합니다.
그런데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남들과 좋은 관계에 지나치게 집착할 수도 있고,
모든 일을 불화없이 순조롭게 되길 원하는 특징이 있어 결점이나 문제를 축소시키려는 경향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게으름이나 외고집이 문제가 될 수 있어요.
9유형의 장점은
평화적이고,
침착하고,
위안을 주고,
인내심이 강하고,
온순하고,
끈기가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유형다음에는 흔희 보조적으로 많이 쓰는 성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J님의 날개는 1로 나왔습니다.
1유형은 원칙을 준수합니다. 완벽을 좋아하고, 윤리적이죠.
9유형의 1번날개를 가진 사람의 별명은 '몽상가'입니다.
9와 1은 모두 장중심에 있는 성격입니다. 장유형의 특징인 활력, 우선순위 세우기, 심각한 상황을 피하기 보다는 직면하기, 책임감있고, 정확한 사람이 됩니다. 건강한 상태에서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조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상이나 관점으로 이상적인 세상에 대한 비전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어요. 이사람들은 친절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시만 목표 의식이 분명하고 이상이 높습니다.
평균 상태일때는 내면세계정돈과 외부 질서를 동시에 원해서, 불필요한 활동을 지나치게 할 수 있는 데, 9의 힘을 많이 쓷보면 소극적인 태도로 장기목표를 추구하기 어려울 수는 있어요.
존경 받는 것에 관심이 많고, 최고와 완전함 청교도적인 성향 등을 가치있게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날개는 양쪽이 다 있어야 똑바로 날라가듯이 8번의 날개도 가끔씩 사용해주세요.
8번은, 현실적이고 활발하고 자신감 있고 겁없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9유형의 특징으로 가보겠습니다.
9유형은 평화주의자라고 했죠? "기다리면 모든게 잘 될 거야"라고 생각하고, 나는 평화로운 사람이라는 자아의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남들은 이들에게 안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들이 잘하는 건 '입장바꿔 생각해봐!'입니다.
왜 이런 특징을 보이는 걸까요?
이들은 갈등이 싫습니다. 그래서 아닌걸 아니라고 말 못할 때도 있죠. 중요한 일인데 말안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스스로 '상관없다' 고 생각하는 방어기제가 있습니다.
안정 평화를 중요시하기 때문에(집착) 불만이 있을 수 있는 상황도 그대로 흘러가는데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어떨때는 옆사람의 속을 터지게 만들 수도 있어요.
그리고 자신을 하찮은 존재, 사랑받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에니어그램은 사람의 성격을 진단하고 끝이 아니라,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발전하기 위한 방향을 확인하는데, 9번 유형의 경우는 3번 유형으로 가는 방향이 통합방향이고, 6번으로 가는게 분열의 방향입니다. J님은 현재 6번을 향하고 있어 분열상태로 나왔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분열상태이니 놀랄 필요는 없습니다. 나아가야될 방향이 3번이라는 것만 일단 기억해두시면 됩니다.
3번의 장점은,
성취적이고,
효율적이고,
실용적이고,
부지런하고,
긍정적이고,
목표지향적입니다.
왜 3번으로 의식적으로 가려고 노력해야되는지 눈치 채셨나요?
3번은 해야할 일에 집중을 합니다.
9번의 단점인 여러일에 평화롭게 똑같이 걸쳐있는 상황에서 될 것에 힘을 쏟고 성과를 거둬내는 거죠.
그러면서 자아상이 긍정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리고, 6번이 분열방향이긴 하지만 6번의 좋은 능력을 쓸때는 장점이 됩니다. 6번은 용기 있게 문제를 직면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전체 다이나믹을 보겠습니다.
에너지를 골고루 쓰는 게 건강한 건데, 전반적으로는 평균이하로 에너지를 쓰는 건 없기 때문에 건강한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 [로빈의 HR] 에니어그램 진단결과 (J님) 9w1|작성자 로빈
백석시
얻게되 감사한 시인
백석
국수-백석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 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늬 양지귀 혹은 외따른 산 녚 은댕이 예데가리 밭에서
하로밤 뽀오얀 흰 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득한 녯날 한가하고 즐겁든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녀름볕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으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물든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늬 하로밤
아베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베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사발에 그득히 사리워 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여났다는 먼 녯적 큰마니가
또 그 집등색이에 서서 자채기를 하면 산 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녯적 큰아바지가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찡하니 닉은 통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루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친한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고 고담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